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줄여서 KL. 인구는 180만명이 채 되질 않는데, 도심의 활력은 서울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중심으로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전세계 유명 브랜드,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집결한 도시다. 화려함과 다양성을 느끼고 싶은 여행자라면 쿠알라룸푸를 기억해도 좋겠다.
말레이시아를 담은 파인다이닝 Dewakan
쿠알라룸푸르에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이 2곳 있다. 말레이시안 퀴진으로 분류되는 곳으로 좁히면 딱 1곳이다. 바로 ‘Dewakan(데와칸)’이다. 말레이시아어로 신과 음식을 뜻하는 두 단어를 조합해 식당 이름을 지었다. 축복받은 땅(말레이시아)에서 자란 식재료를 활용해 KL의 모던한 식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지역 생산자들의 우수한 재료를 받아 데와칸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먼저 주방과 말레이시아의 식재료(향신료, 과일, 채소 등), 발효식품 등을 소개하며 레스토랑과 여행자의 간격을 좁힌다. 이어서 식사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면 KL 전경이 여행자를 반긴다.
메뉴는 데와칸 테이스팅 코스 한 가지(788.8링깃, 약 22만3,000원)이며, 와인 또는 주스 페어링이 가능하다. KL의 숙박비와 일반 식비를 생각하면 상당히 고가인데, 경험 측면에서 볼 때 이보다 큰 영감을 주는 곳은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전채요리부터 한국에서 맛보지 못한 꽃과 채소, 육수가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전체적으로 낯설 수 있지만, 직관적으로 맛있는 음식들(크레이피쉬, 해산물 버터를 활용한 쌀 요리 등)과 말레이시아 터치가 강한 음식들을 조화롭게 배치해 균형을 잘 잡았다. 평소 다양한 식문화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이곳에서 식사하는 2시간 30분이 그 자체로 여행이 될 것이다.
W 쿠알라룸푸르
KL 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호텔 가격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저렴하다는 걸 알게 된다. 반얀트리, 포시즌스,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칼튼, W 등 최상위 카테고리의 브랜드도 이곳에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가온다. 덕분에 KL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키워드가 호캉스다.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바로 옆, KL 중심지에서 럭셔리와 힙한 감성을 모두 만족할 곳을 원한다면 ‘W 쿠알라룸푸르’만 한 곳이 없다.
객실과 레스토랑을 비롯해 모든 공간에서 젊은 감각이 느껴진다. 객실은 핫핑크와 보라색으로 포인트를 줬으며, 하루를 포근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침실과 욕실 모두 완벽하게 꾸며져 있다. 올데이 레스토랑 ‘Flock’에서 맛보는 조식은 꽤 특별하다. 호텔 시그니처 계란 요리(5가지)와 음료를 포함해 뷔페 스타일로 차려져 있다. 홈메이드 카야잼을 활용한 토스트와 반숙 계란, 테 타릭(Teh Tarik, 달콤한 밀크티)은 꼭 맛봐야 하고, 현지인들이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 나시 르막(Nasi Lemak, 말레이시아식 백반으로 이해하면 될 듯)도 추천한다.
수영장과 바가 함께 있는 ‘웻 덱(WET Deck)’도 명물이다. 투숙객이라면 밤낮 가릴 것 없이 오면 되고, 투숙하지 않더라도 저녁에는 한 번 방문할 만하다. 클럽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흥이 절로 나고, KL의 MZ와 화려한 옷차림을 뽐내는 여행자들이 가득하다. KL의 야경은 덤이다.
게다가 W에는 ‘W 인사이더’가 있다. 여행자와 로컬을 잇는 직원으로 다양한 정보를제공한다. W 쿠알라룸푸르와 KL을 제대로 즐기려면 W인사이더의 도움을 받는 것도 추천한다.
중식당 YEN
말레이시아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상당히 많다. 인구는 670만명(2022년 기준), 전체 말레이시아 인구의 22.8%를 차지하고 있다. 차이나타운도 상당한 규모로 형성돼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파인다이닝 수준의 공간과 음식을 즐기고 싶다면 엔(YEN)이 적당하다.
전통 칸토니즈(광동식)를 표방하는 엔의 시그니처 요리로는 골든 덕, 소프트 쉘 크랩 샐러드, 불도장, 와사비 새우, 모둠 해산물 볶음밥, 연근 & 마카다미아 & 채소 볶음, 두리안 퍼프(디저트) 등이 있다.
다양한 딤섬 메뉴(점심 한정)도 든든하다. 선택지가 많아 고민이라면 딤섬 플래터(저녁에도 가능)를 추천한다. 또 한 그릇당 양이 상당해 2인이면 3개 정도만 시켜도 충분하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맛에 비교해 가격은 합리적인 편(최소 1인 5~6만원)이다.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
KL에는 쇼핑몰이 꽤 많다. 좁은 면적에 여러 곳이 밀집해 있다. 누구나 최고로 꼽는 브랜드는 ‘파빌리온 쿠알라룸푸르’다. 가장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시설이 모여 있다. 없는 게 없다. 파텍 필립, 에르메스를 비롯한 럭셔리 브랜드, 레스토랑과 푸드코트, 잡화점, 레저 공간 등 700개 이상의 공간이 10개 층에 분포해 있다. 한 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지 못할 정도로 볼 것도, 할 것도 많다. 카드 긁을 일이 꽤 많으니 결제 한도도 여유롭게 준비해 놓자.
슈퍼마켓 메르카토(Mercato)도 있어 식료품을 사기에도 괜찮다. 가격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시간이 부족하면 기념품을 이곳에서 해결해도 된다. 참, 파빌리온 근처 교통체증은 KL 현지인들도 혀를 내두른다. 특히 비 오는 날, 퇴근 시간에는 상상 이상으로 혼잡하다. 고작 2km 거리인데, 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렸다. 귀국하는 날이라 초조했고, 하마터면 비행기도 놓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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